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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스크랩] 신전 너머 태양이 시들해질 무렵 바다 위로 부서지는 찬란한 빛

정발드 2016. 11. 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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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 너머 태양이 시들해질 무렵 바다 위로 부서지는 찬란한 빛

포세이돈이 바다 끝 절벽에 홀로 서서 바다와 맞서고 있는 모습… 신전 기둥 너머로 사라

지는 수니온 곶의 태양

포세이돈의 사랑을 얻지 못해 질투의 화신으로 남은 도시, 아테네의 야경이 그날 따라 더

욱 슬프게 점점이 박히는 것 같았다.

  • 백가흠 소설가
  • 편집=뉴스콘텐츠팀

    입력 : 2016.11.24 04:00

    [백가흠의 그리스기행] 수니온 곶

    아테네에서 보낸 여름은 바빴다. 떨치지 못한 일을 등에 짊어지고 갔던 것도 버거웠지만, 봐야

    하고 걸어야 하고 맛봐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스 여행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었고 우유부단한 심정과 욕심은 가장 멋진 일을 놓치게 만들기도 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과 아쉬운 선택에 여행은 그리하여 늘 후회를 남기지만, 그 남은 후회가 미혹을 만들어내

    기도 했다. 때때로 그것은 다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주기도 했으니 손해만 남는 일은

    아니었다.


    아테네에서 수니온 곶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바리(Vari) 해변의 관광객들 / 백가흠
    아테네에서 수니온 곶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바리(Vari) 해변의 관광객들 / 백가흠 제공


    중년의 요르고스와 빌리 부부를 만난 것은 수니온을 향해 가던 날이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

    야 일행은 포세이돈 신전을 가기 위해 느럭느럭 집을 나섰다. 신타그마에서 탄 트람은 그날 따

    라 더욱 느리게 느껴졌다. 아테네의 트램은 두 노선이 있는데 아테네 남부 해안인 이뎀에서 서

    쪽의 피레우스, 동쪽의 볼라로 갈라졌다. 우리는 트램의 동쪽 종착역인 볼라에서 내려 빌리와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나와 C와 J는 그 전에 수니온을 가려고 마음만 먹었다가 길이 멀어 마음을 접은 적이 있었다.

    요르고스, 빌리 부부가 친절히 안내를 맡겠다고 했음에도 단지 가는 길이 멀고 집을 나서기가

    귀찮아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한 터였다. 결국 어렵게 집을 나선 날도 다시 잡은 약속이었

    지만 미적거리다 약속한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늦어버렸다. 그리스의 여름은 해가 오후 9시는

    돼야 저무는 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마터면 빌리에게 두 번이나 허탕을 치게 만드

    는 실례를 할 뻔했다.

    빌리는 우리 일행을 집으로 초대했는데 빌리의 친정 엄마와 사촌 가족들, 여동생 가족 등 10명

    이 넘는 대가족이 우리를 맞았다. 그녀의 집은 아테네에서 동북쪽으로 차로 한 시간쯤 떨어진

    바리라는 동네에 있었는데 중산층이 주로 모여 살았다. 그녀의 집은 원래, 엄마의 엄마 집인

    그러니까 외가였는데 100년이 넘은 고택이 아직도 남아있었고, 옆에 새로 지어진 3층짜리 주택

    에 대가족이 살았다. 1층엔 친정 엄마가 살았고 2층엔 여동생 가족이, 3층엔 빌리와 요르고스가

    살았다. 빌리는 아이가 없어서 훗날 여동생의 딸인 아프로디테에게 집이 상속될 거라고 했다.

    한국인인 우리 셋은 그게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아홉 살인 아프로디테가

    한국 아이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았고, 곰 세 마리를 따라 부

    르기도 했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빌리 덕분에 가족 모두가 한국의 음악, 드라마,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 셋은 그게 더 이상하게 느껴져서 멋쩍기만 했다. 오히려 빌리나 그 가족보다 우리

    가 아이돌 가수나 드라마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멀리 떠나면 모든 것이 확연히 보이곤 한다. 나의 부모 형제와, 나의 사촌과 언제 그렇게 둘러앉

    아 한적한 여름 오후를 보낸 적 있었던가. 그녀의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그간 무심함에

    익숙해진 시간에 씁쓸하기만 했다.


    그리스 남쪽 수니온 곶 근처에서 바라본 포세이돈 신전. 일몰에 잠기기 직전이다. / 백가흠 제공
    그리스 남쪽 수니온 곶 근처에서 바라본 포세이돈 신전. 일몰에 잠기기 직전이다.
     / 백가흠 제공


    바리에서 포세이돈 신전이 있는 수니온까지는 차로 한 시간 거리였다. 오른편으로 끝도 없이

    아름다운 해변이 따라붙었다. 지중해는 보는 곳의 위치에 따라, 하루 중 시간에 따라 그 모습

    이 달라보였다. 크고 작은 바다가 자꾸 눈을 붙잡았다. 해변을 즐기는 많은 사람이 생각을 멈

    추게 만들었다. 차창을 모두 열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통에 엄청난 바람이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뺨을 때리고 머리를 헝클었지만 괜찮았다. 습하지 않은 기후가 기분 좋게 만들었다.

    오후 7시가 넘자 태양의 위력은 조금 시들해졌다. 밤을 향해 가는 많은 것이 아름다웠다.

    바다 위에 뿌려진 찬란한 빛이 다른 모습으로 천천히 변하고 있었다.

    오후 8시가 다 돼서 수니온에 도착했다. 일몰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아 우리는 서둘렀다. 수니온

    은 포세이돈이 바다 끝 절벽에 홀로 서서 바다와 맞서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웅장하고 기품 있

    는 모습은 동쪽에서 바라볼 때 더욱 근사하다. 신전 기둥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은 아주 조금씩

    그 존재를 바닷속에 감추고 있었다.

    나는 왜 고대인들이 포세이돈 신전을 이곳에 지었는지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은 신화에 가 닿

    았다. 포세이돈은 항상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테나와 한 도시를 놓고 겨룬 적이 있었고 대결은

    인간들에게 더 필요한 물건을 내어놓는 것으로 정해졌는데, 말(馬)을 내놓은 포세이돈이 올리

    브 나무를 내놓은 아테나에게 지고 말았다. 그 도시는 아테나에게 바쳐졌고 그 이름을 따서

    '아테네'라고 부르게 됐다.

    아테나의 구애를 거절한 포세이돈은 메두사와 맺은 사랑을 대놓고 자랑하였고 질투가 난 아테

    나는 메두사를 흉측한 괴물로 만들어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죽이고 만다. 포세이돈은 메두사의

    영혼이 빠져나가지 않게 잡은 뒤 자기가 좋아하는 말의 피와 섞어 천마 페가수스로 만들었고

    후에는 별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포세이돈 신전은 아테나를 등지고 그가 사랑했던 여

    인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닌가. 그리하여 아테나 쪽으로 매일 허물어지

    는 태양이 그렇게 슬픈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해가 완전히 지자 우리는 포세이돈의 사랑 증표로 남은 밤하늘의 페가수스를 찾았다. 아테네로

    돌아오는 길에 푸짐하고 환상적인 양고기로 배를 채웠다. 포세이돈의 사랑을 얻지 못해 질투의

    화신으로 남은 도시, 아테네의 야경이 그날 따라 더욱 슬프게 점점이 박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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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니온 곶 한낮 풍경도 아름답지만 석양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포

    세이돈이 페가수스를 맞이하는 성스럽고 찬란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꼭 차를 빌려서 그 아름다

    운 길을 달려보라.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빼앗겨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식당 아무 곳에나 들어가도 기본적인 음식 맛과 서비스가 보장된다. 하지만 바리 근처 칼리비아

    라는 마을의 양고기 바비큐 식당은 그런 관념마저도 훨씬 뛰어넘는다. 맛은 물론이고 싼 가격과

    넉넉한 인심이 환상적이다. 다만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우리를 본 서버가 동양인은 처음 본다며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고 물었다. 1000석이 넘는 대규모 식당이 매일 자리가 없을 정도로 현지

    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출처 : YMC무재해컨설팅
    글쓴이 : mujaeha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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