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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이야기

[스크랩] [Why] 해장하~러 왔다가 만취해서 가지요

정발드 2016. 11. 10. 19:50

[Why] 해장하~러 왔다가 만취해서 가지요

  • 정동현·대중식당 애호가  

    입력 : 2016.01.23 03:00

    [정동현의 허름해서 오히려] 서울 입정동 동원집

    "해장국 먹자."

    동원집 뚝배기엔 두툼한 고기뼈가 가득하다. 시래기가 들어가지 않은 진한 매운 국물의 맛이 명쾌하다.
    동원집 뚝배기엔 두툼한 고기뼈가 가득하다.
    시래기가 들어가지 않은 진한 매운 국물의 맛이
    명쾌하다. /정동현 제공

    선배의 지엄한 말 한마디에 눈을 떴다. 생전 처음 보는 천장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의 스무 살
    겨울, 어린 간(肝)으로 독한 소주를 견딘 대학 신입생 환영회는 선배의 자취방에서 끝이 났다.
    공식적인 나의 첫 해장은 삐걱거리는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감자탕 집에서 이뤄졌다. '해장하
    자더니?' 하는 의문을 꿀꺽 삼킨 채 선배를 따라 시킨 감자탕 한 그릇. 그 안에 가득 든 감자와 뼈
    다귀를 게걸스럽게 입안에 욱여넣고 벌건 국물을 먹노라니 의문은 자연히 사라지고 해장은 시나
    브로 따라왔다. 그릇에 남은 국물 한 방울마저 훌훌 마셨을 때 나는 어른이 된 것처럼 큰 소리를
    냈다. "캬!"

    하지만 나는 그 후로 감자탕을 멀리했다. 이유는 여럿이다. 감자탕은 해장 음식 중 값이 꽤 나가는
    편이었다. 대학생의 얇은 지갑에는 라면 한 그릇이 제격이었다. 나이를 좀 먹으니 몇 안 되는 살점
    을 찾아 돼지 등뼈를 구부리고 쪼개고 핥는 게 수고스럽다. 피곤한 어른이 되어 귀찮은 것이 많아
    진 것이다. 그런데 근래 나는 그 수고마저 즐거운 집을 알게 됐다. 을지로3가와 청계3가 사이 동원
    집이다.

    가게를 돌며 부품을 모으면 탱크 하나도 만들 수 있다는 을지로 공구 상가 뒤편, 생선 가시처럼
    촘촘한 골목길을 더듬어 길을 찾으면 돼지 등뼈마디처럼 큼지막한 3층 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하얀 간판으로 말끔하게 적어놓은 '동원집'이란 글씨가 보이면 당신은 감자탕 먹을 준비
    가 된 것이다. 그 틈에 자리를 잡으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빨간 국물이 뭉근히 끓고 있는 곰 솥
    이다. 한편에는 두툼한 돼지 수육을 대나무 바구니에 식혀놓았다. 그때 알았다. 이 집은 해장하러
    와서 만취(滿醉)하는 집이라는 것을.

    동원집 감자탕(7000원)은 '고기탕'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 정도로 고기가 많다. 나는 고기를 못
    먹어 한 맺힌 사람이 아닌데도 절로 흥이 솟았다. 고기 한 점에 좀스럽게 굴지 말라는 듯 화수분
    처럼 끊임없이 건져지는 살코기가 이 감자탕의 전부는 아니다. 다른 집과 달리 시래기가 전혀 들
    어가지 않은 국물을 한 숟가락 뜨면 이 집 유명세가 헛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첫 맛은 잡티 하나
    없는 겨울 하늘처럼 쨍하게 맑고, 뒤따라오는 매운맛은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다. 거친 속을 진정
    하며 동시에 입맛을 돋운다. 그다음 먹을 것은 당당히 이 탕의 이름인 감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
    이 생산된다는 이 뿌리채소를 한 입 베어 물면 순하게 부서지는 질감과 은은한 단맛에 "으음" 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거기에 한 접시 가득 담아주는 수육(15000원)과 순대(10000원)를 곁들이면
    "인생의 으뜸은 만취"라고 했던 바이런의 시구를 읊게 된다.

    나는 이제 대학생이 아니다. 혹사당하는 간을 지키겠다고 비타민을 챙겨 먹고 술자리 가기 전 몰
    래 숙취 해소 음료를 들이켜는 직장인이다. 그뿐인가? '내일은 없다, 젊음만 있을 뿐'이라며 호기
    롭던 시절은 잠깐. 지금은 맑은 술잔 뒤로도 고단한 내일이 보인다. 그러나 늦은 밤, 동원집에 앉
    아 "내일 해장을 지금 하자"며 감자탕을 시키고 소주 한잔할 때면 나는 '오늘만 사는' 젊음을 잠시
    빌려 온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출처 : YMC무재해컨설팅
    글쓴이 : mujaeha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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